4월 3일 정해
판돈녕(判敦寧) 이정영(李正英)이 졸(卒)하였다. 이정영은 판서 이경직(李景稷)의 아들이다. 효도와 우애로 세상에 알려졌는데, 벼슬살이는 근신하게 했으나 집안 생활은 호화롭게 하였으므로, 이 일로써 사람들은 청렴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심하였다. 이경직은 유명한 판서였으나 아버지의 명을 받들고 사람의 화를 구제하기 위하여 이이첨(李爾瞻)을 한번 만나본 적이 있었고, 이정영도 송시열(宋時烈)을 좋아하지 아니하였는데, 갑인년014) 에 당인(黨人)들이 상당히 높이 등용되었을 적에 그 때문에 초사(初史)의 무고(誣告)를 당했었다.
4월 13일 정유
비국(備局)의 관원을 인견하였다. 이때 좌의정 남구만(南九萬)이 사신(使臣) 가기를 자청하였으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며칠 뒤에 집의(執義) 서종태(徐宗泰)가 상소하기를,
"이번에 연경(燕京)에 가는 사행(使行)은 나라의 체면과 신하의 의리로 헤아려 보아 마땅히 대신을 차견(差遣)해야 할 것입니다. 나라에서 전에 없던 치욕을 당했으니 사은(謝恩)하는 길에 마땅히 사리를 분별하여 진술하고, 전대(專對)015) 해야 할 책임이 있으면 묘당(廟堂)에 맡겨야 하는 것이 나라의 체면입니다. 자신이 단위(端委)016) 의 지위에 있으며 나라 일을 책임지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이웃 나라의 질책이 날로 심하여 임금이 망극(罔極)한 치욕을 당하고 있으니, 사명(使命)을 받들고 가는 사람이 용감하게 앞으로 나서야 하는 것은 사리가 그러한 것입니다. 변방의 단속이 엄하지 못하여 불화의 문제가 갑자기 발생했으니, 그 책임을 논한다면 모두 아랫사람에게 있는데도 마침내 욕을 먹거나 책임 추궁을 당하는 것은 오로지 성상(聖上)에게 돌아갑니다. 그런데도 온 조정의 벼슬아치들은 전과 같이 편안하게 지내고 있으며, 또 사역(使役)들도 용기 있게 힘을 내어 나가 먼저 대응하는 자가 있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신은 아마도 초야에 있는 충의로운 사람 중에는 반드시 팔을 걷어붙이고 여기에 대해 불평하는 자가 있을 것입니다. 아! 공초를 당하는 것도 치욕스럽고 벌금을 무는 것도 수치입니다. 필부가 그런 일을 당하더라도 오히려 발끈하게 얼굴빛이 변할 것인데, 당당한 천승(天乘)의 나라로서 본래부터 명분과 의리를 지켜왔으면서도 태연스럽게 이를 받고서 부끄러워한 적이 없었으며, 국서(國書)를 받은 사신(使臣)은 입을 다물고 한 마디 말도 없었고, 묘당에서는 안일한 자세로 얼굴 표정 하나 변함이 없으니, 아! 너무도 통탄스럽습니다. 신은 비록 문약(文弱)하나 한밤중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문득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고 분개하여 눈물이 나오려고 합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말이 매우 정당하니, 즉시 해조(該曹)로 하여금 거행하게 하겠다."
하였다.
봉조하(奉朝賀) 송시열(宋時烈)이 《주자대전차의(朱子大全答疑)》를 올렸다. 이보다 앞서 임금이 대신 김수흥(金壽興)의 말에 의하여 사관(史官) 송상기(宋相琦)를 보내어 초고(草藁)를 가져오게 했는데, 그때 그것이 청풍(淸風) 권상하(權尙夏)의 처소에 있었다. 송시열이 송상기로 하여금 그 곳에 가서 가져 가게 했는데, 송상기는 그 사실을 임금께 아뢰지 아니하고 곧바로 가서 가져다 올리니, 조정의 의논이, ‘송시열은 임금의 사자[史官]를 마음대로 보냈고, 사자는 송시열의 말만 받들었으니, 모두 죄를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시끄러운 논란이 그치지 아니하였으며, 심지어는 편지를 보내어 송시열에게 경계하는 사람까지 있으니, 그제서야 송시열이 글로써 인책하는 소장을 올렸다. 송시열의 이 행위는 무식한 것이 아니면 교만한 것이니, 이런 점에서도 그 사람됨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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