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종실록15권 헌종14년 1848년 4월
4월 2일 을사
임금이 인정전(仁政殿)에 나아가 종묘(宗廟)의 하향(夏享)에 쓸 향축(香祝)을 친히 전하였다.
이정현(李定鉉)을 평안도 병마 절도사로 삼았다.
이규익(李奎翊)을 사간원 대사간으로, 이행교(李行敎)를 함경남도 병마 절도사로 삼았다.
의주부(義州府)의 불탄 집에 휼전(恤典)을 내렸다.
4월 3일 병오
황주목(黃州牧)의 불탄 집에 휼전(恤典)을 내렸다.
4월 6일 기유
성정각(誠正閣)에서 황해 감사 윤정현(尹定鉉)을 소견(召見)하였으니, 사폐(辭陛)021) 한 때문이다.
4월 9일 임자
임금이 영희전(永禧殿)에 나아가 전알(展謁)하고 저경궁(儲慶宮)에 나아가 전배(展拜)하고 이어서 휘정전(徽定殿)에 나아가 행례(行禮)하였다.
4월 10일 계축
임태석(任泰錫)을 충청도 수군 절도사로 삼았다.
경상 감사 김공현(金公鉉)이 대마도(對馬島)의 봉행왜(奉行倭)가 관수(館守)022) 에게 보낸 글과 이양선(異樣船)023) 의 선양(船樣)·인형(人形)의 도본(圖本)을 아뢰었다.
4월 12일 을묘
조두순(趙斗淳)을 평안도 관찰사로, 서희순(徐憙淳)을 호조 판서로 삼았다.
4월 13일 병진
임금이 육상궁(毓祥宮)·연호궁(延祜宮)·선희궁(宣禧宮)에 나아가 전배(展拜)하였다. 판부사(判府事) 정원용(鄭元容)이 아뢰기를,
"각조(各朝)의 보감(寶鑑)의 편수(編首)에 원년(元年)이라 씁니다마는, 《익종보감(翼宗寶鑑)》으로 말하면 정해년024) 에서 비롯하는데 편년(編年)할 즈음에는 순종(純宗) 27년 정해(丁亥)라 써야 사체(事體)에 합당할 듯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게 쓰는 것이 옳겠으나 그 아래에 소주(小註)를 두는가?"
하매, 정원용이 말하기를,
"순종 몇 년으로 입년(立年)하고 그 아래에 ‘왕은 왕세자로서 청정(聽政)을 행하였다…….’라고 쓰면 다시 소주를 둘 필요가 없습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열성(列聖)의 보감은 분편(分編)의 편수에 다 묘호(廟號)를 쓰고 그 아래에 또 조(朝) 자를 더합니다마는, 《익종보감》의 편수에는 익종 아래에 대리(代理) 두 자를 써야 할 듯합니다."
하였다. 영의정 권돈인(權敦仁)이 말하기를,
"‘조(朝)’자는 임조(臨朝)를 칭하는 것이니, 대리라 쓰는 것이 마땅할 듯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다, 대신들의 의논은 어떠한가?"
하였다. 정원용이 말하기를,
"이미 신(臣)들의 상의가 있었는데 모두의 의논이 다 이러하였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게 하도록 하라."
하였다.
4월 14일 정사
오명선(吳明善)을 충청도 수군 절도사로 삼았다.
4월 15일 무오
임금이 성정각에 나아가 대신(大臣)과 비국 당상(備局堂上)을 소견(召見)하였다. 영의정 권돈인(權敦仁)이 아뢰기를,
"신(臣)이 바로 지금의 사단(事端) 때문에 구구히 우러러 권면할 것이 있습니다. 오늘날 나라의 형세는 위태롭다고만 말할 수 없습니다. 대마도(對馬島)에서 고시(告示)한 문첩(文帖)이 반드시 그러하리라는 것을 어찌 알겠으며, 또한 반드시 그렇지 않으리라는 것을 어찌 알겠습니까? 중외(中外)의 인심이 동요하여 진정(鎭定)할 수 없는 것은 신들이 국사를 도모하는 것이 충실하지 못하여 점점 이 지경이 되게 한 것이므로 먼저 천신(賤臣)부터 일을 그르친 주벌(誅罰)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사죄(死罪)에 해당한 어리석은 신은 그윽이 생각하건대, 이 일은 전하께서 특히 한 번 마음을 전환(轉換)시키는 사이에 달려 있는 일입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환난(患難)을 염려하는 데에는 덕을 닦는 것만한 것이 없다.’ 했는데, 이제 전하께서는 강독(講讀)을 멈추신 지 이미 몇 해가 되었습니다. 비록 요(堯) 순(舜)같은 성인일지라도 반드시 뭇사람의 지혜에 의지하므로 임금과 신하가 한 당(堂)에서 가부를 의논하였으니, 정일(精一)한 학문과 풍동(風動)하는 정치가 다 여기에 달려 있는데, 이제 전하께서 신하들을 불러 만나시는 것은 이처럼 아주 드뭅니다. 이제 힘써야 할 급한 일을 생각하면 본디 어찌 한정이 있겠습니까마는, 이 몇 가지 일보다 급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하였다.
이인희(李寅熙)를 경상좌도 수군 절도사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