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0일 을축
정시한(丁時翰)을 지평(持平)으로 삼았는데, 권상하(權尙夏)도 의망(擬望)되었었다. 정시한은 광해(光海) 때에 맨 먼저 영창 대군(永昌大君)을 죽이자고 계청(啓請)했던 정호관(丁好寬)의 손자이다. 고매한 기풍과 순박한 기질이 있었으며 돈독한 효도는 천성에서 우러난 것이었다. 그의 아버지 정언황(丁彦璜)은 어질어서 자기 아버지의 불미스러움을 가리울 수 있었고, 벼슬이 방백(方伯)에 이르렀는데 정시한이 은퇴하도록 주선하여 몸소 농사지어 봉양하면서 식성에 맞는 음식은 모두 제공하였다. 산수를 좋아하여 팔방에 두루 나녔는데, 어머니가 늙으니 마침내 문을 닫고 들어앉아 출입을 하지 않았다. 오로지 《소학(小學)》의 가르침으로 몸을 다스렸고 궁리(窮理)와 격물(格物)은 그의 장점이 아니었다. 기사년001) 이후에 상소하여 곤극(坤極)002) 을 적극적으로 편들었고, 갑술년003) 이후에는 여러 번 대간에 임명되었으나 항상 진선(進善)004) 의 직만을 맡고서 끝내 나아가지 아니하였다. 뒤에 아들이 존귀하게 되자 통정 대부(通政大夫)에 승진되었는데 스스로 정호군(丁護軍)이라고 일컬었다. 권상하는 송시열을 사사(師事)했는데, 별다른 품행과 재능도 없었고 학술(學術)도 거칠었다. 당시에 송시열이 윤증(尹拯)과 절교하였으므로 남은 문도들은 모두 평범한 무리와 용렬한 사람이었는데 권상하는 조금 기력(氣力)이 있었고, 또 몸을 바쳐 받들어 모셨으므로 드디어 추켜 세워 수제자(首弟子)가 되었다. 그래서 갑자기 대간의 선임에 오르게 되었는데, 식견이 있는 사람은 이를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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