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일 신해
좌상(左相) 민정중(閔鼎重)이 연석(筵席)에서 아뢰기를,
"국가 관원의 품계(品階)가 매우 확연하여 예전 임진년001) 에 중국[唐] 장수(將帥)가 이시방(李時昉)을 보고 인재(人材)라고 자주 칭찬하였는데, 이때 좌랑(佐郞)으로서 비로소 정랑(正郞)에 승진되었으니, 조종조(祖宗朝)에 자급(資級)의 중함이 이와 같았습니다. 근래에는 현(縣)의 경유하여 곧바로 주(州)·목(牧)에 승진되는 자가 있으니, 이는 진실로 지나칩니다. 인하여 청컨대 천안(天安)을 현(縣)으로 강등(降等)시켰던 것을 장차 군(郡)으로 승격시키소서. 현감(縣監) 이의창(李宜昌)은 체임(遞任)시켜야 하나 이미 잘 다스렸고, 또 누차 읍재(邑宰)를 지냈으니 군수(郡守)로 승진시키더라도 너무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므로, 마땅히 격식을 깨뜨리고 잉임(仍任)002) 해야 할 듯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나도 자급(資級)을 중하게 여기는데 경(卿)의 말이 이와 같으니, 잉임(仍任)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이때에 자급(資級)을 신중히 여겨 아끼는 것이 조종조(祖宗朝)에 미치지는 못하였으나, 한 군(郡)의 등급이 올라가더라도 오히려 가볍게 제수하지 않음이 이와 같았다. 말년(末年)에 내려와서는 이러한 폐단이 더욱 심해졌다. 그래서 비록 음관(蔭官)일지라도 한 현(縣)을 다스리게 되면 다시 제수받지 않는 것을 싫어하여 정치상의 공적이 칭찬할 일이 없으면서도 현(縣)에서 군(郡)으로, 군(郡)에서 부(府)·목(牧)으로, 절차(節次)가 쉽게 올라가는 듯하게 되었다. 아아! 명기(名器)003) 가 더욱 가벼워져서 요행의 문(門)이 크게 열리고, 종핵(綜核)004) 은 듣지 못하면서도 세력(勢力)만 중시(重視)하게 되니, 애석함을 견딜 수 있겠는가, 애석함을 견딜 수 있겠는가?
우의정(右議政) 이상진(李尙眞)이 영상(領相) 김수항(金壽恒)의 차자(箚子)로 인하여 말을 아뢰었는데, 대략 이르기를,
"본래부터 호포(戶布)에 대한 말이 있었는데, 신의 어리석은 의견으로는 이처럼 나라의 형세가 어렵고 위태로우며 백성들의 생활이 곤궁하고 피폐한 때에 새로운 법을 갑자기 시행하여 놀라고 소란스러운 근심을 초래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 일은 국가의 안위(安危)에 관계되니, 진실로 충분히 강구하여 자세히 살펴서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신이 비록 식려(識慮)는 없으나, 그래도 대신(大臣)의 반열(班列)에 있는데, 도신(道臣)이 왕복(往復)하면서 조정의 설시(設施)를 듣고서 알지 못하였으니, 그 사이에 있고 없음이 관계가 없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간(諫)하는 바는 공적(公的)인 것이니, 사사로운 감정으로써 서로 원망하고 성낼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말한 바는 실로 질병(疾病)에 의한 것인데, 수상(首相)께서 어찌 반드시 이처럼 불안(不安)하게 여기십니까?"
하니, 속히 나와서 정치를 논하라고 비답(批答)하였다. 이상진(李尙眞)이 인하여 정고(呈告)하니, 지제교(知製敎) 홍만수(洪萬遂)가 비답(批答)을 초안(草案)하였는데, 이르기를,
"여러 해가 지나도록 교우(僑寓)005) 하고 있으나, 구래공(寇萊公)006) 처럼 누각(樓閣)을 지음이 없었으며, 세상에 드문 기로(耆老)의 반열(班列)에 참여했으니 이방(李昉)007) 처럼 부축을 받도록 하라."
하였다. 이상진은 저택이 없이 살았고, 또 다리병[脚病]이 있어 조정의 명령이 있을 때마다 내시[黃門]가 부축하여 들어왔으니, 사람들이 〈이 비답을〉 사실대로 기록했다고 한다.
1월 8일 병진
이보다 앞서 전라도(全羅道) 영산창(榮山倉)을 옮겨 설치하자는 의논이 있었는데, 해운 판관(海運判官) 윤협(尹悏)이 또 옮기지 말도록 청하였었다. 감사(監司) 신익상(申翼相)이 장계(狀啓)로 청하기를,
"좌도(左道)의 뱃길은 모두 칠산(七山) 【바다의 이름이다.】 을 경유하는데, 크고 작은 배의 운행이 모두 영산(榮山)에서 나오므로, 만약 창고(倉庫)를 옮기지 않는다면 가까운 곳을 버려 두고 법성(法聖) 【조창(漕倉)의 이름이다.】 까지 멀리 운송해야 하니, 백성들이 모두 원망을 호소할 것입니다."
하니, 묘당(廟堂)에서 의논하여 도신(道臣)에게 위임하여 편리한지의 여부를 다시 자문하도록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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