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을유
지경연사(知經筵事) 김만중(金萬重)을 의금부(義禁府)에 회부하였다. 김만중이 주강(晝講) 때에 항간(巷間)에서 조사석(趙師錫)의 대배(大拜)는 후궁(後宮)에게 연줄을 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는 뜻으로 진달했다가, 임금이 진노(震怒)하여 말의 근거를 힐문하게 되었는데도 주대(奏對)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옥(下獄)하도록 명하게 된 것이다. 【앞에 자세히 나와 있다.】 신하된 사람이 임금을 섬길 적에는 은휘(隱諱)하지 않기에 주력하는 법이니, 김만중이 아뢴 말은 진실로 우직(愚直)한 듯하기는 하나 실지는 그렇지 않은 점이 있다. 대개 이 때에 당인(黨人)들이 훈척(勳戚)들을 끼고서 오랫동안 국가의 권병(權柄)을 쥐고 있으며 반석(盤石) 같은 세력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임금이 갑자기 훈구(勳舊)인 신하들을 싫어하여 박대하게 되고, 조사석이 사류(士類) 중의 사람으로서 갑자기 은권(恩眷)을 입어 가복(加卜)하게 하여 정승을 제수하게 되었던 것이다. 대개 임금이 바야흐로 내폐(內嬖)가 있었고, 장차 크게 출척(黜陟)이 있게 되므로 권한을 아랫사람들에게 맡겨 두지 않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구차(久次)035) 를 핑계로 이번의 특별한 제배(除拜)가 있었던 것이고, 조사석에게 사정을 두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에 당인(黨人)들 가운데 일종의 무뢰(無賴)한 사람들이 이미 시기하고 미워하는 사심(私心)이 있었던 데다가 또한 자신들이 위태해질까 하는 마을을 가지고서 조사석이 국척(國戚)의 처지에 있으며 폐종(嬖宗)036) 과 결탁했다고 그럴듯한 말을 갖다붙이고 흉악한 말로 허풍을 쳐,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시키고 사류(士類)들을 더럽히는 술책을 부렸던 것이다. 이는 실로 이사명(李師命)과 홍치상(洪致祥)의 무리 한두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고 원래 온나라 대중이 비방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김만중이 이사명(李師命)의 가까운 인척(姻戚)으로서 그의 속이는 말을 받아들여, 길거리에 떠도는 말이라고 핑계하며 군상(君上)에게 진달하게 된 것이다.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모함하기에만 급급하여 임금을 속이는 것이 됨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어찌 은휘(隱諱)함이 없는 아주 정직한 선비에게 견줄 수 있겠는가? 형벌과 화(禍)를 입어 종사(宗祀)를 망치게 되더라도 불행한 일이 아니다.
인견(引見)했을 때 영의정(領議政) 남구만(南九萬)이 임금에게 아뢰기를,
"김만중(金萬重)의 뜻은 단지 들은 대로 상달(上達)하려 한 것이니, 그의 말이 진실로 그르기는 합니다마는, 전하(殿下)께서 붕당(朋黨)을 싫어하기만 하여 일의 옳고 그름을 구명(究明)하지 않는다면, 신하들이 장차 과오를 구제하느라 겨를이 없게 될 것인데, 무슨 일을 하게 될 수 있겠습니까? 옛적부터 당론(黨論)은 반드시 그 사람과 나라를 망쳤었는데, 요사이 조신(朝臣)들이 서로 편당이 되는 수가 없지 않으니, 진실로 걱정스럽습니다. 그러나 전하께서 만일 이 때문에 아랫사람들을 모조리 의심하시게 된다면 폐해가 더욱 커지게 될 것입니다. 선조조(宣祖朝)의 상신(相臣) 이준경(李浚慶)이 유언(遺言)한 상소에서 조신(朝臣)들이 당이 갈라짐을 들어 말했었는데, 선정신(先正臣) 이이(李珥)가 매우 그르게 여기면서 말하기를, ‘그 사람은 장차 죽으려면서 하는 말이 악(惡)해졌다.’고까지 했었습니다. 대개 그의 뜻은, 조정에 비록 두 갈래로 갈라지는 폐단이 있다 하더라도, 만일 임금이 먼저 의심하는 마음을 가져버리게 된다면, 반드시 위태해지고 멸망하게 되는 화(禍)가 있게 되기 때문이어서일 것입니다. 만일 전하께서도 이처럼 의심을 하시게 된다면, 신(臣)은 사직(社稷)에 대한 근심이 장차 이루 말할 수 없게 될까 염려됩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나 역시 어찌 사람마다 의심하겠는가? 다만 편당이 되는 폐해가 개탄스럽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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